the raft and the shore 2010 by Hee Kyung Ahn

4-Launching+the+raft

토시로 Toshiro, 우리는 그냥 토시라고 부른다. 나무타기 대장에다 힘도 제일 센 토시. 우리 엄마들한테는 연인처럼 말을 건다. “머리스타일 바꾸셨네요. 예뻐요.  당신을 위해 내가 문을 열겠어요. 해피 발렌타인스데이, 하~아 참 예쁜 블라우스예요.”

또래에겐 대장이고, 꼬마들 한테는 의젓한 형 노릇을 하는 토시, 그러나 선생님한테 타임아웃 벌 받기 일쑤다. 사랑스런 개구쟁이 토시의 이가 작년부터 흔들리더니 벌써일곱살이 되었다. 엇그제 2010년 10월 26일.

아티스트인 에이미가 그날 아침 이메일을 보내왔다. 오늘 토시 생일에 함께 있어달라는 부탁이다. 마침 수요일이라 공립학교로 전학간 큰아이를 먼저 데리고 작은아이 학교로 가는 날이다. 큰아이 학교에서 하이웨이로 나와 25분을 더 달려야 다니 던 작은 사립학교에 도착한다. 닭도 많고, 토끼도 많고, 2학년 부터는 집도 만들고 농사도 시작하는 도심 속 시골풍 학교다. 지금은 막내 딸아이가 다닌다.

토시의 생일잔치 장소는 Sutter Landing Park.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으로 흘러가기 전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강변이다. 아메리칸 리버는 시에라 산에서 내려오는 얼음 녹은 물이다. 겨울이면 연어가 올라오는 붉은 강이 된다.가끔은 샌프란시코에서 물개가 왔다는 뉴스도 들릴만큼 바다에서 가깝다.

오늘 파티의 테마는 낙시라고 했다. 내심 걱정이다. 요 며칠 재선이의 코에서 누런 콧물이 들랑날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장화를 깜빡했다.

파티 장소에 먼저 에이미가 와있었다. 폐차 직전인 스테이션 왜건에 대나무를 잔뜩 싣고.  그리고 빨간 천을 쭉쭉 찢고 있었다. 방과후 이차 저차에 얹혀 타고 아이들 스무명이 모여들었다. 잭슨네 막내도 엄마 등에 업혀 왔고, 세살 프리스쿨 아이들도 언니 오빠따라 동참했다.

에이미는 장 굵은 대나무 대에 고무줄로 빨강 천을 동여맸다. 아이들도 대나무 장대 하나씩 세워들었다. 그리고 둑을 내려 강으로 행진했다.

세 개의 붉은 깃발. 낮은 구름으로 조금 흐릿한, 한 낮의 잿빛 시야를 흔들어 놓았다.  빨강의 흐느적거리는 여운따라 시간과 공간이 어지러워졌다. 꿈을 꾸듯 동유럽 어딘가로 밀려가는 기분이었다.

길게 늘어선 장대든 아이들. 펄럭이는 붉은 깃발 따라 웃음이 춤추고, 아이들의 장화가 발랄하게 떠오른다. 샤갈의 축제처럼 붉은 깃발따라 공산당 아이들이 날아올라 헤엄치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오늘의 떡밥은 포도. 알이 큰 달디 단 켈리포니아 내륙의 포도다. 비가 오지 않는 여름 동안 당도가 높아질데로 높아진 그 붉은 포도가 물고기를 꼬신다는데…의심쩍어하는 엄마들에게 Amy 에이미는 “두고 보라며 찡긋 웃음을 날린다.

강가에 오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진 운동화 아이들. 이런~ 오늘 아침에도 차창에 성에가 껴서 긁어 내렸는데, 이러다 단체로 감기걸릴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우격다짐으로 아들의 양말과 신발을 신기고, 낚시대를 만들었다.

대나무 꼭대기에 칼집을 내어 낚시줄을 동여매는게 전부다. 그 대나무는 토시 옆집 아저씨의 생일선물이란다.

낚시 고리를 묶고, 포도를 끼우자 마자 아이들은 멀리 강변따라 올라가 버렸다. 줄낚시를 해 본적도 본 적도 없는 나에겐 혹시 고리에 상처라도 입을까 걱정이었지만, 이미 아이들은 강태공이 되었다.

노는 유치원에서 알아서 노는 일을 전문으로 배웠기에 금방 터득하나보다.

꾀가 많은 Sylvie 실비는 새로운 줄낚시 비법을 발견했다. 대 낚시대를 한 손에 들고 미끼감긴 줄을 던지면 대나무 관성으로 미끼가 멀리 나가지 못하고 다시 발밑으로 돌아오게 된다. 실비는 대나무를 강가에 내려 놓고 포도 미끼물린 바늘만 들어서 던졌다. 실비의 미끼는 그 누구보다 멀리 살포시 강 속에 내려앉았다.

다들 낚시대를 드리우고. 그 다음 가장 중요한 낚시꾼이 되는 법을 배웠다. 그저 가만히 물고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이런 이렇게 좋은 애보기 비법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그 개구쟁이들이 소근데며 잠잠해졌다.

미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파티 산업은 대단히 큰 규모다. 온갖 파티 전문 업체들이 실내 운동 시설을 갖추거나, 게임기가 혼을 빼는 오락장소, 또는 테마에 맞춰 옷을 입고 즐기는 테마 파크, 아니면, 출장 광대, 하와이 무희 까지 다양하게 성업한다.

바로 일주일 전 공립학교 친구의 여섯살 파티를 다녀온 아이는 장난감이 가득 들은 선물봉지에 과자 초콜렛을 잔뜩 가져왔다. 20명 한 반에서 열 다섯 명 정도만 초대된 파티였다.

실내 체육 시설을 갖춘 파티장에 피자와 케잌,쥬스를 먹는다. 레고를 좋아하는 생일어린이를 위해 산만큼 레고 선물을 쌓아 놓고 왔다.

토시의 생일에는 선물 증정 시간도 없고, 케잌도 없고, 파티 도우미도 없다. 흐르는 강과 무리지어 떠나는 철새들, 그리고 가끔 일부러 멀리 조용히 지나가는 보트 뿐이었다.

선물 대신 엘리엇 엄마, 마리사가 머핀을 구워왔다. 펌킨 머핀과 초콜렛 머핀이다. 에이미가 준비한 것은 로켓트 만한 보온병에 담아 온 따끈한 애플 사이더. 강태공들이 약간 오슬오슬 한기를 느낄 즈음 애플 사이더는 인기였다.

그리고 에이미가 싸온 분홍 실크 보자기가 있다. 오늘 아침에 따 온 장미 꽃잎 한 바구니다.

강변에 있는 덤불들을 모아 삼각 막대 위에 쌓아 놓고 그 위에 장미 꽃잎을 얹었다. 우리가 떠나 보낼 꽃잎 덤불배다.

각자 무엇을 떠나 보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토시의 생일 덕에 서른 넘고 마흔 넘은 아낙들의 마음 한 구석은 박하잎을 물고 난 거 처럼 환해졌다.

붉은 깃발이 아이들의 흥을 돋우고, 대기의 에너지를 바꿨다면, 연분홍 꽃잎을 태운 덤불 배는

애미로 만들어져야 했던 속으로 앓던 시간의 상처를 흘려 보내게 해주었다.

이 도심 속 작은 학교, 에서 아이들은 경쟁보다 협동을 배운다. 구구단도 다 같이 공을 던지며 원을 그려 몸으로 익힌다. 그 날도 아이들은 먼저 고기를 잡겠다거나 긴 장대를 갖겠다고 싸우지 않았다. 그런 개념이 없다. 친구의 줄을 멀리 던져 주려고 살피고, 작은 아이들이 옆에 올까 줄 던지기 전에 힐끔거린다.

강가에 누군가 심어 놓은 애기 잔듸 풀을 무심코 밟고 지나간 아이는 미안해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생일케잌은 없어도 강물에 발을 담군 토시와 에이미를 위해 우리는 생일축가를 합창했다.

행복했다.

이 큰 도시에 이런 평화로운 성역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깃발이 주는 환희, 흐르는 강물의 느림도 다시 배웠다.

이스라엘에서 온 미카 엄마가 제안을 했다. 매주 수요일 방과 후 강에서 만나자고. 주말이 아닌 주중에 여유를 딛고 가자는 제안이다. 숙제 없는 아이들이라 큰 마음으로 자연을 품을 시간은 넉넉하다.

그날 재선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오후 아트 수업을 혹시 잊었냐는 미술 선생님의 전화였다. 이유있는 땡땡이를 정말 더 많이 치게 해주고 싶다.

참, 그날 잡은 물고기는 셀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writing and photos by HeeKyung Ahn (Korean Art Monthly)

3-Hey+look+at+this!


1-Tying+on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